2021년 봄 코로나19가 한참 유행하고 있는 때 ‘잔여백신 빠르게 맞고 해외여행 완전 쌀 때 다녀오자’라는 단순한 생각 하나로 현재까지 오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이 처음 한국에 들어오면서 고위험군 대상 위주로 먼저 접종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잔여백신의 존재를 알게되어 동네 의원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했습니다. 잔여백신 맞은 덕분에 저의 갑상선암 투병기의 시작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백신 부작용
백신 접종 후 약 3주 정도가 지났을 무렵 평소와는 다른 증상들이 몸에 나타났습니다. 손 끝에 저림 증상, 다리 경련, 심한 소화불량,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 어지러움증 등이 나타났는데, 초기 1주일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점점 강도가 강해지면서 무엇인가 잘못된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구글과 네이버 등을 검색해서 찾아보니 백신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 처럼 매우 통증이 크진 않았고 짜증나고 신경쓰이는 정도의 통증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복부 통증이 생겼는데, 난생 처음 겪어 보는 통증이었습니다. 마치 칼로 배를 찌른 듯한 통증이었고 이내 사라졌지만, 계속 식은땀이 흐르며 큰 불안감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정말 뭔가 크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했고, 이윽고 닥치는데로 내과, 신경과 등 병원과 2차 종합병원 등에 방문해서 검사를 받으며 더 큰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약 20일간 병원을 다니며 검사를 받고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 동안 칼로 찌르는 듯한 복부 통증은 잊을만하면 나타났고, 손발 저림의 통증과 빈도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결국 고대안암병원 신경과까지 가서 각종 검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고대안암병원에서 조차 백신 부작용 검사 결과 자체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경 초음파 검사를 하는동안 검사를 진행하던 의사가
> “갑상선 쪽에 혹 같은게 보이니 나중에 이부분에 대해서 추가 검사를 받아보세요. 급한건 아니니 추후에 천천히 받으면됩니다.”
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한 말투로 알려줬습니다. (어차피 검사의 목적은 신경검사니까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검사 후 집에 돌아오면서 자꾸 검사중에 해준 의사의 말이 생각 나서 ‘갑상선 혹’에 대해서 검색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갑상선암이라고?
집에 돌아오면서 검색해서 찾아본 결론은 갑상선 결절, 암 둘 중 하나였습니다. 갑자기 더 큰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합니다. ‘이제 겨우 나이 40대 초반인데 암일 수 있다고? 갑상선암은 여성이 많이 걸린다는데 남자인 내가 에이 설마?’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동네에 있는 갑상선 관련 병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 집 근처에 갑상선 관련 경험이 많은 외과 의원이 있어 바로 찾아갔습니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다시 받았습니다. 검사후 잠시 의자에 앉아서 결과를 기다렸는데 그 5분간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진료실로 다시 들어가서 의사가 설명을 해줍니다. 초음파 상으로 암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결절 크기는 약 1.6cm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혈액 검사를 포함한 추가 검사를 받자고 합니다. 진단을 위한 추가 검사는 “세침검사”와 “총생검 검사” 세침보다는 총생검이 훨씬 정확하니 총생검 검사를 하자고 합니다. 옆 방에 들어가서 잠깐 기다리고 해서 들어가서 검사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목에다가 바늘을 꽃아서 막 휘저으면서 뭔가 “딱” 소리가 들리고 검사가 종료됐습니다. 검사 자체가 아프진 않았는데, 침을 삼키질 못하니 그건 좀 많이 불편했습니다. 결과는 7일 후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의사가 암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은 직후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냥 멍했던것 같습니다. 아니 그냥 사고회로 자체가 멈췄다고 보는게 맞는거 같습니다. 검사를 다 받고 집에 돌아오고 나서야 두려움과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암 일 확율이 높은거니까 아직은 모르는거야” 라고 혼자말 하며 저는 갑상선암 카페를 찾아서 회원 가입을 하고 미친놈 처럼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 병원에서 혈액검사 결과를 전화로 알려줬습니다. “갑상선 관련 혈액 검사는 모두 정상입니다.” 이 안내를 받고 약간의 안도감들기 시작합니다. 단순 결절이라는 희망을 갖고 일 주일을 버티고 버텨 결과가 나오는 당일이 되어 병원에 재방문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갑상선 유두암” 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스스로 낯빛이 창백해짐을 느끼며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만 들렸습니다. 의사는 별거 아니다 수술 받고 약 먹으면 괜찮다. 맹장 뗀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등 나름의 위로를 해줬습니다만 그게 가슴에 전혀 와 닿을리가 없습니다.
갑상선 암에 걸렸으니까요.